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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관리원 동전을 수거하던 조용한 손길

by 여행 짐꾼 2025. 9. 24.

1. 사람들이 떠난 후에야 나타나는 사람들

한때 거리 곳곳에는 녹색 혹은 파란색의 공중전화 부스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연인의 안부를 묻고,
누군가는 면접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또 누군가는 “엄마, 나 지금 가고 있어”라는 말을 하기 위해
동전 몇 개를 쥐고 줄을 서곤 했죠.

하지만 우리가 그 공중전화를 사용할 때마다
단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중전화 관리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새벽같이 조용히 나타나
전화기 내부에 쌓인 동전을 수거하고,
혹시 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누군가 실수로 두고 간 물건이 있는지 살피고 나서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사라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가장 많은 동전을 만지면서도, 가장 조용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았고,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았지만,
도시의 소통을 물 흐르듯 이어주는 작은 연결고리였죠.

 

공중전화 관리원 동전을 수거하던 조용한 손길
공중전화 관리원 동전을 수거하던 조용한 손길

 

 

2. 전화기 하나로 이어진 도시의 온기

공중전화 관리원들은
단순히 돈을 수거하는 기술자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전화기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었고,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관리원들은 정기적인 순회 일정을 따라
수십 개의 공중전화 부스를 돌며,
내부 기판에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고,
전화기 표면을 닦고, 고장 여부를 테스트했습니다.

특히 겨울철이면 전화기 안이 습기 때문에 얼어붙기 쉬워,
미리 핫팩을 넣어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세심한 배려도 필요했습니다.
또한 누군가 흘리고 간 연락처 메모, 사진, 편지 등을
관리원은 조용히 수거하여 분실물 보관소로 전달하곤 했습니다.

전화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고, 누군가의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어느 관리원이 남긴 말처럼,
그들에게 공중전화는 감정이 흐르는 통로였고,
그 통로를 정성껏 돌보는 일은
기술자이자 조용한 심부름꾼의 역할이었습니다.

 

 

 

3. 휴대폰에 밀려난 전화기, 기억 속에 남은 직업

2000년대 이후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라져간 직업이 바로
공중전화 관리원이었습니다.

통신사 내부 인력으로 재배치되거나,
아예 계약 해지가 되기도 하면서
한 시대를 함께 했던 이 직업은 서서히, 조용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지하철 한 켠, 터미널 구석, 학교 앞에는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몇 개 남아 있습니다.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어쩌다 그 안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찡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그 전화기 뒤에 매일 아침 조용히 나타나 동전을 수거하던 한 사람의 손길이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무리하며

공중전화 관리원은
한 시대의 기술을 지탱한 숨은 장인이었습니다.
그들의 손끝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전할 수 있었죠.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그 속도와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사라져간 손길의 따뜻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공중전화 관리원의 존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떠난 자리에 남은 건, 기계가 아니라 마음이야.”